<고래> 푸른 고래는 어디에?



천명관 저, 문학동네 펴냄

<고래> 푸른 고래는 어디에

                                         김덕종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대체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1940~50년대의 정서를 속속들이 알고 자유자재로 현대와 근대사회상을 넘나드는 신파조의 소설전개는 작가가 타고난 이야기꾼이며 상상력과 어휘력이 탁월한 작가임을 보여준다. 등장인물이나 사건들은 하나같이 황당무계한 것들이다.

 

기구한 운명의 금복이를 비롯하여 포구 앞에 나타난 대왕고래, 비린내의 생선장수, 고래 같은 걱정이, 야쿠자 칼잡이, 쌍둥이 자매의 기연과 코끼리 점보, 산간벽지의 평대리, 고래극장과 산속의 벽돌공장, 벌을 몰고 다니는 애꾸눈과 추한 얼굴의 노파, 통뼈의 벙어리 춘희, 어느 것 하나도 비현실적이고 판타지 같은 설정이다.

 

산골마을의 어린 소녀 금복이는 난산 끝에 아기와 함께 돌아가신 엄마를 보며 죽음에 대한 심각한 공포를 갖게 되었다. 산골을 떠난 것도 그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었다. 처음으로 본 드넓은 푸른 바다와 거기서 만난 물을 뿜는 거대한 대왕고래를 보는 순간,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의 이미지를 보았다.

 

두려움이 많았던 산골 소녀는 그 거대함에 매료되어 마침내는 큰 것으로 작은 것을 이기려 했고, 광대한 바다를 통하여 답답한 산골을 잊고자 했으며, 빛나는 것을 통해 누추함을 극복하려 했다. 그리고 마침내 남장여자가 됨으로써 여자를 넘어서고자 했던 것이다.(271) 어지자지(양성인간)로 변해버린 금복은 그렇게 해서 잠재의식에 깔린 공포심을 완전히 극복한 것일까?

 

우여곡절 끝에 금복은 사업에 성공하였으나 노파의 저주인가, 온갖 죽은 자들의 망령에 시달리며 사람들도 모두 떠나고, 술에 쪄들어 지내던 중 자신의 실화로 극장 안에서 수백의 관객과 함께 타죽고 만다. 무모한 열정과 정념, 어리석은 미혹과 무지, 믿기지 않는 행운과 오해, 끔찍한 살인과 유랑, 비천한 욕망과 증오, 기이한 변신과 모순, 숨 가쁘게 굴곡졌던 영욕과 성쇠는 스크린이 불에 타 없어지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함과 아이러니로 가득 찬, 그 혹은 그녀의 거대한 삶과 함께 비눗방울처럼 삽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301)

 

주인공들이 다 사라져버린 후 혼자 남은 춘희. 코끼리 마구간에서 거지 엄마에게서 태어난 100kg 이상 거구에 기운이 장사인 통뼈이자 정신박약아에 벙어리. 우연히 극장에 갔다가 화재를 만났고, 유일한 생존자로서 방화범으로 몰려 십 수 년을 자기들이 만든 벽돌로 지은 감옥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지내게 된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홀로 깜깜한 징벌방에서 시간은 완전히 정지했으며 좁은 방 안의 어둠은 점점 확장되어 무한한 우주를 향해 퍼져 나갔다. 마침내 온 세상이 어둠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문득 새로운 빛과 이미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점점 더 많은 환상을 보게 되었다. 사라진 모든 사람들이나 사건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춘희는 석방되어 폐허가 된 벽돌공장에 돌아와 혼자서 야생의 생활을 영위하며 기억에 의지하여 혼자 벽돌을 굽다가 쓸쓸히 최후를 맞이한다. 마지막 순간에 코끼리 점보와 하늘을 날며 못하던 말도 하게 되는 특이한 체험을 하는데, 높이 솟아 우주 속으로 합일되어 영원한 자유를 얻는다.

 

이렇듯 욕망과 복수 그리고 천진무구의 화신인 노파-금복-춘희로 이어지는 여인 3대의 생몰을 통해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 작성일
  •   :  2018-12-15
  • 보   도
  •   :  과천독서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