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그 허무한 종말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소용 옮김, 더스토리 펴냄

<인간실격> 그 허무한 종말

김덕종

 

이 단편소설은 1930년대의 도교를 무대로 영혼이 순수하나 나약한 한 젊은이의 방황을 그린 것이다. 작가는 자서전격인 이 소설을 발표한 그 해에 39세의 젊은 나이로 다섯 번째의 자살 시도에 성공하여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비극적인 작가의 일생처럼 이 소설의 전체에는 우울한 불안과 공포가 진한 안개처럼 드리워져있다.

 

어린이들이 죽음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잠깐씩 엄마 나 죽기 싫어, 죽으면 어떡해? 하면서 울고불고 무서워하는 일을 종종 보게 되는데, 주인공 요조는 그런 사소한 말 한마디조차 소홀히 하지 못하는 순수한 아이였다. 밥 안 먹으면 죽는다는 의례적인 말에도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억지로 꾸역꾸역 밥을 먹는 것부터 시작하여 아주 작은 일에도 상처받고 힘들어 한다.

 

요조는 부잣집의 아들로 태어나 부족함이 없는 환경에서 자랐으나 자신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갖지 못한 채 혼자만의 번민은 가슴 깊은 곳의 작은 상자에 감춰두고서 그 우울함과 긴장감을 숨기고 또 숨기며 그저 천진난만하고 낙천적인 척하며 점점 익살스런 괴짜로 변해 갔다. 내면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하여 광대로 위장한 것이다.

 

고향을 떠나 중학교에 다니고, 도쿄의 고등학교에 가면서 그의 위장술은 견고해지며 혼자만의 세계에 더욱 침잠하게 된다. 그때 미술학원에서 6살 연상의 호리키 마사오를 만나며 소년기에서 청년기로, 시골뜨기에서 도회지 사람으로 넘어가게 된다. , 담배, 여자가 인간의 공포심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는 것을 알고 탐닉하여 필경에는 학교도 중단하고 만다.

 

그는 스스로가 음지의 존재가 되어 사회주의 운동 같은 비합법적인 것이나, 백치미의 매춘부 같은 소수자들에게서 동질감과 편안함을 느끼며 바깥세상과 멀어져 간다. 세상을 향한 공포, 버거움, , 여자, 학업, 죄의식, 외로움 등으로 도저히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생각에 알고 지내던 카페의 여급과 동반자살하기로 결심하고 바다에 뛰어든다. 그러나 여자만 죽고 주인공은 살아남았다.

 

인간의 본질에 회의하면서 신의 사랑은 믿지 못하고 신의 벌만을 믿는, 지옥은 믿지만 천국은 믿지 못하는 요조는 삶으로부터 끊임없이 달아나기를 반복하며 삼류잡지에 삼류만화를 그리며 겨우 생활하다가 열일곱 여덟의 순수한 소녀 요시코를 만나 술을 끊고 결혼도 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호리키가 나타나면서 끊었던 술에 다시 입을 대게 된다. 원점으로 돌아가 버린 그는 어느 날 아내가 겁탈당하는 것을 목격하며 절규한다. 신이시여! 순수한 아내의 신뢰도 죄가 되는지요... 몸이 견딜 수 없이 나빠진 그는 술을 끊기 위해 사용한 모르핀 주사에 마약중독자가 되어 최악으로 망가져 갔다.

 

죄의식에 사로잡힌 아내가 준비해놓은 수면제를 발견한 그는 그것을 대신 먹고 제 2의 자살을 감행한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다시 회생하였으나 사람들에 의하여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이제는 미치광이, 폐인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요조. 인간실격. 그리고 수개월 후, 형이 마련해준 바닷가의 주택에서 요양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3년이 지나 이 수기를 쓴다.

 

허위와 배신이 가득한 인간 세상에 대한 두려움, 살아있음이 곧 죄의 씨앗이라고 믿는, 그래서 자살 이외에는 아무런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던 요조. 이제 겨우 27살에 백발로 노인처럼 보이는 그가 인간세상에서 진리라고 느낀 것은 딱 하나.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간다.”*

  • 작성일
  •   :  2018-12-04
  • 보   도
  •   :  과천교당독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