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최진석 지음/ 소나무)
                                              김덕종
돌이켜보면 우리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 해야 한다. 세상은 이러하니 이러저러해서 반드시 성공하고 출세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은 참고 견디고 노력해야 한다.’고 교육되었다. 넓은 이 세상에서 개인은 작고 초라한 부속품 같은 존재일 뿐이다. 꼭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감 탓에 지나친 경쟁심과 이기적인 개인주의로 내몰린 게 아닌가싶다.


우리 모두는 성공하여 내가 중심인 세상을 꿈꾼다. 한편에서는 조화로운 세상을 가르치지만 내가 주인으로 군림하려 한다. 내가 대접받는 모임, 학생과 재단이 서로 주인이라는 학교, 노동자와 사용자가 서로 주인이라는 기업처럼 곳곳에 자기중심주의가 깃들어 있다. 그러므로 갈등과 부조화를 피할 수 없다.


도덕경을 보면서 이러한 현상이 모두 유교식 천명관(天命觀)에 의한 것이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공자의 관점은 하늘에는 뜻이 있고 인간은 그 뜻을 실행하기 위한 사명이 있다는 것이다. 인위적 전통을 존중하고 잘 짜인 세상의 구조 속에서 출세의 사다리를 한 칸씩 밟아 올라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많이 올라갈수록 출세하고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노자는 어떤가? 하늘에는 꼭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그런 특별한 뜻이 있지 않다고 본다. 천지불인(天地不仁) 천도무친(天道無親), 하늘과 땅은 인간이나 개인에게 특별히 잘해주지 않는다. 출세의 사다리 때문에 오히려 세상이 어지럽다. 세상은 그냥 그런 것(自然)이다. 오히려 우리 모두는 손님일 뿐이다. 세상을 어떻게 해보겠다고 의도하지 말고 겸손하게 만족하면서 소박하게 사는 게 잘사는 것이다.


공자의 세계는 전통과 관습을 기준으로 하여 배워서 이런 지식을 받아드리고 넓혀가는 것이라면, 노자의 세계는 자연과 현상으로부터 배운 다는 것으로 기존의 인위적 전통과 관습을 버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노자가 보기에 이 세계는 상반되는 양극이 서로 꼬여있으며 이들이 끊임없이 부딪히며 전개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해와 달, 계절의 변화, 인간의 생노병사가 다 그런 것처럼. 그러므로 어느 한 가지만 옳다고 주장하는 일이나 끝없는 확대 또는 지속을  지향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런 관계와 변화 속에 있는 세계와 전체적인 국면을 파악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다.


예를 들면 ‘A는 B다’라고 규정해 버리면 A가 제한되어 버리고 B가 아닌 모두는 A와는 다름과 차별이 생기고 이것이 분쟁의 원인 되어 세상이 혼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주제를 규정하지 말자. 누구라도 어떤 주장을 규정하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익숙하지 않는 노자의 관점은 이성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멍하다.


도를 아는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노자의 사상을 자애로움, 검약함, 함부로 나서지 않음으로 요약하기도 하지만, 나는 함부로 규정하지 않음, 항상 자신을 낮추고 의도하여 이끌려 하지 않음,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함 등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처럼 자신을 최대로 낮추어라. 성공 속에 실패가 시작되고, 실패 속에 성공이 시작된다는 가르침은 숭고하다.


유교식 주인으로써 이루는 사회는 남성적이고 아버지 같으며, 오늘과 나는 미래를 위하여 참고 극복되어야할 유보되는 존재이니 나는 언제나 힘들고 만족이 없다. 한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도교식 손님으로써 이루는 사회는 여성스럽고 어머니 같으며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고 이후로도 만족하니 나와 세상은 영원히 편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절학무우(絶學無憂), 배움을 끊으면(기존 가치를 포기하면) 근심이 없어진다! 유와 무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 기초하여 항상 서로 관계한다.


노자의 사상은 도에 대한 깊은 깨달음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를 간과하고 윤리적인 면으로만 해석한다는 지적에도 공감하면서 기쁘게 책을 덮는다. 애벌레가 탈피를 하여 날개를 펴고 저 먼 하늘로 자유롭게 날아가는 황홀한 순간을 갈망하듯 나도 영원을 향한 비상(飛翔)의 순간을 꿈꿔왔다. 노자를 읽으며 그런 순간이 가까이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러나 두렵다. 과연 나는 날 수 있을까? 저 드높은 푸른 하늘로!*

  • 작성일
  •   :  2017-08-21
  • 보   도
  •   :  독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