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김덕종

어릴 때 위인전을 보면 훌륭한 사람들은 항상 그럴듯한 에피소드가 많았다. 태몽이나 성장과정에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는 글렀다고 포기하기도 했었다. 그럴듯한 이야기, 요즘말로 스토리텔링이다.

이 책(‘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김태훈 저, 남해의 봄날)은 임길순 이라는 분이 창업한 대전의 향토기업 성심당 빵집의 성공 스토리다. 이곳엔 고비마다에 에피소드와 사연과 감동이 가득하였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1.4후퇴의 함흥부두에서 시작된다. 피난민 10만 명 중 철수작전 마지막 배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탄 1만4천5백 명 중의 한명인 주인공은 “만약 이번에 살아날 수 있다면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을 한다. 그리고 장승포에 도착한다.

살아남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기에 주인공은 거제도를 떠나 진주에서 냉면장사를 하였다. 더 큰 세계인 서울로 가려고 탄 기차가 대전에 기약 없이 멈춰 서자 그들은 대전에 내렸다. 성당 신부님에게서 얻은 구호품 밀가루 2부대를 먹지 않고 찐빵을 만들어 대전역 앞 노상에서 팔기 시작했는데 그때 붙인 이름이 신앙심을 담은 ‘성심당(聖心堂)’이다. 1956년의 일이다.

노점을 하면서도 안 팔리고 남는 빵은 불우한 이웃에게 나눠주는 나눔을 실천하였다. 다음날은 어김없이 새 빵을 파니 평판이 좋아져서 영업이 날로 번창하였다. 처음 내 건물에 입점한 곳은 은행동 153번지였다. 후미진 그곳에 가게를 연 것은 오직 90미터 떨어진 곳에 성당이 있어 성당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 말을 나는 주목한다.

그는 빵 나누기 외에도 교회의 봉사활동과 직원 복지에 열중하여 여느 사업가들과는 확실히 다른 행동을 보여주었다. 그의 행동은 ‘장사를 위한 나눔’이 아니라 ‘나눔을 위한 장사’였던 것이다.

성심당의 제 2막은 아들 임영진에 의해서 열린다. 그는 기술을 익히고 연마하여 마침내 최고의 히트작 ‘튀김소보로’를 창조하고 이후로도 꾸준하게 연구를 열심히 하는 동시에 아버지의 나눔을 철저하게 이행하였다. 아내와 함께 심벌제작이나 디스플레이, 이벤트, 신상품 기획 등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여 전성시대를 이룩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서양식 현대개념의 제과점이 늘어나고 신도시 개발로 구도심은 쇠락하여 경영은 점점 어려워졌다. 게다가 동생이 독립하며 경제적으로나 평판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여 많은 빚과 함께 직원 급여도 대출을 받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2005년에 옆집의 불이 성심당으로 옮겨와서 3층 공장이 전소되었다. 그러나 힘든 경영도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니 영진씨 가족은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주인은 포기했는데 직원들이 성심당을 살려내자고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대목에서 시작한다.

불난지 6일 만에 칸막이로 임시매장을 열고 빵을 내놓았을 때 안타까워하던 시민들이 몰려와서 오히려 전보다 더 많이 팔렸다. 직원들이나 시민들에게 이미 성심당은 그냥 빵가게가 아니라 하나의 공동 생활체요 가족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선대부터 가꿔온 기업정신이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을 의미한다.

물론 ‘제빵왕 김탁구’ 같은 드라마도 도움은 되었다지만, 그들은 왜 영신당이 있어야 하는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였다. 그때 만난 것이 ‘포콜라레 운동’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 북부 작은 도시 트렌토에서 20대초반의 여성 끼아라 루빅은 폭격을 피해 숨은 방공호에서 읽은 성경구절 “가장 보잘 것 없는 형제 하나에게 베푼 것이 바로 나에게 한 것이다”(마테오 25, 39) 라는 말씀을 실천하기 위하여 공포에 떠는 어린이를 비롯하여 어려운 이웃을 위한 실천을 시작하였다.

포콜라레라는 말은 벽난로라는 뜻인데 단순한 공간의 의미가 아니라 따뜻한 가족 공동체를 뜻한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EoC ‘모두를 위한 경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들은 시장경제 안에서 이윤이 아니라 인간을 우선시 하면서도 기업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필자는 그들이 [그저 나쁜 짓 하지 않고 착하게 살면서 적당히 나누고 기부하는 것만으로는 충부하지 않다. 더 높은 이상과 실천이 필요하다]라고 하는 데 경의를 표한다. 고전에 ‘천 번 경을 읽으면 현인이 되고, 한번 실행을 하면 성인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들은 그것을 평생 동안, 대를 이어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지역의 성공을 발판으로 전국규모나 해외로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었지만,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역에서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그들과 하나가 되는 지역공통체를 추구하고 그런 스토리를 유지하려 한다. 그들의 스토리와 경영방침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전파되고 있지만 그들은 규모와 돈만을 추구하지 않고 그들만의 원칙을 지키며 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정말 멋지다. 그렇지만 그들을 배우기 전에 우선 어떻게든 성심당의 ‘튀김소보로’빵을 꼭 먹어봐야겠다.*

  • 작성일
  •   :  2017-05-31
  • 보   도
  •   :  과천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