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한의학, 어디로 가나?
미래의 한의학, 어디로 가나?

경기도한의사회자문위원, 한의학박사,
안양 보화당한의원 원장/ 김덕종

요즘에 기쁜 소식이 들린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는 제일 빨리 경제가 회복되는 나라라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늘어나고, 국민소득 이만 불의 늪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진입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경제 뿐 아니라 산업, 정치, 사회, 과학,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명실 공히 일류 선진국가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과는 또 다른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야할 때다.

이를 한의학이라는 분야에 적용해보자. 민간요법의 형태로 존재하던 의술이 삼국시대에 중국의 한의학이 유입되면서 학문으로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이르자 우리의 독자적인 의학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세종대왕은 한국적 한의학의 시작이라고 할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등의 한의서를 발간케 하고, 선조대왕은 어의 허준에게 명하여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동의보감>을 저술하게 하여 조선시대 한의학의 르네상스를 이루었으며, 이는 다시 중국에 역수출되어 최근까지도 판본을 거듭하며 보급, 연구되고 있다.
16세기말 17세기 초에 백성을 위한 국립 의료기관 개설과 의서발간을 통해 조선은 이미 국가가 백성들을 진료하고, 보건 향상을 위한 지침서를 발간하는가 하면, 우물소독, 전염병 대치법 등 공중위생과 개인양생을 지도하고 있다. 이것은 유럽보다 몇 세기를 앞선 보건행정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조선, 한의학의 르네상스

현재에도 한국의 한의학은 새로운 업데이트를 계속하고 있다. 약침요법, 추나요법, 한방비만, 한방성형, 파동의학, 각종 새로운 침술요법 등의 치료법과 증류한약, 발효한약, 과립제 같은 변화된 한약재제 등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인삼을 달여 마시던 독삼탕(獨蔘湯)은 각종 홍삼제품 혹은 한방드링크 재제로 변했다. 그야말로 변화의 에너지가 넘치고 있다. 이들 모두는 과거의 전통 위에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여 시대에 적응시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실례는 최근에 아시아에 전반적으로 퍼진 ‘한류’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우리의 가치가 현재 유효하고, 특별한 것이 있다고 받아들여 질 때, 그것은 그들에게 수용된다. 그것이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적인 인류 보편 가치로 받아들여지면, 그런 분야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세계의 일류 선진국가로 우뚝 설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문화의 소비자가 아니라 문화의 생산자로써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 미래의 인류 보편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 답은 역시 과거를 익히고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믿는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만약에 한국의 의학이 미래 인류에 기여하는 소중한 가치가 된다면, 그것이 한의학이든 양의학이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의학적, 과학적 지식을 망라하여 발전적으로 정리되고 전개될 때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면 동의보감의 편찬 팀은 당대까지 나와 있던 모든 의서와 약재, 처방, 치료법과 철학, 과학을 비롯한 모든 상식을 총망라하여 정리한 것이다.

과거 익히고 새것 수용을

우리의 고유한 한글이나 한식이 현대화되어 점차 세계화 되듯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한의학적 자산들은 우리만의 노하우가 될 수 있다. 멋진 미래의 한의학을 만들기 위하여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본다.
먼저, 활발한 양-한방 협진과 연구가 요구된다. 지금은 국가와 인종과 세대의 모든 차별이 사라지고, 학문도 영역을 넘어서 학제간(學際間)의 공동연구가 대세다. 인류의 보건향상이라는 명제 앞에 마음을 열고 팀워크를 이뤄야할 때다.
둘째, 국책사업으로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개인 혹은 사설기관에서의 연구엔 한계가 있다. <동의보감>이란 역작은 왕실의 비전과 후원에 의하여 태어났다. 신물질, 신약, 진단 및 치료기기 등의 개발을 비롯한 한방산업에 비전과 투자가 필요하다.

셋째, 전통문화에 대한 더 깊은 애정이 절실하다. 과학과 경제란 이름아래 모든 전통가치가 폄하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문화란 전통에 근원하여 개선, 발전된 것에 다름 아니다. 과거는 버려질 유산이 아니라 지식의 위대한 데이터베이스이다.
그리고 한의계의 깊은 자성이 있어야 한다. 한의계의 미래는 한의계에 몸담고 있는 전체 구성원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안주하지 말고, 시대적 변화의 코드를 읽어, 시대가 요구하는 모습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경기신문 제20055호 2009년 11월 13일자 23쪽 오피니언 의학칼럼)
  • 작성일
  •   :  2009-12-04
  • 보   도
  •   :  경기신문